2024 상반기 전사 리딩 회고록: 작년엔 테크 리드였던 내가 상반기엔 전사 리딩을?!

Gemini Kim
8 min readAug 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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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상반기도 작년처럼 빡세게 달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1월 말쯤 핵폭탄 급 전사 목표가 결정되었다.

그리고 전사 미션을 달성을 위하여 총책임을 갖는 팀 “기술 전략 팀”이 생겼다.

나는야 로켓 엔진 🚀🚀🚀

목표는 7월 31일, 그리하여 7월 31일까지 매주 폭풍 같았던 상반기를 기억하기 위해 인상 깊었던 부분을 기록해 본다.

이 와중에 인프콘도 준비도 껴있었지만 사실상 상반기는 어마어마한 미션 덕분에 회사일이 1순위 일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주말마다 발표 준비한 내가 대견하다….)

재직 중인 산업의 특성상 모든 내용을 그대로적을 수 없는 점, 다소 두서없고 장황하지만 온전히 저의 기억을 위해 적어본 글이니 참고하여 읽어주시거나, 읽지 말아 주세요. :D

(제목도 요즘(?) 유행한다는 웹소설식 어그로를 끌어봤는데 어렵네요 :P)

추억

마지막으로 “전사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우아한 형제들의 “먼데이 프로젝트” 가 마지막이었다.
그땐 팀장님 말 따라서 파트원들과 개발 잘하고 방향성(3–4인)만 잘 잡으면 됐는데…

이번엔 달랐다 그냥 다 내가 책임지는 거였다. 먼데이 기준으론 타노스이사님 역할과 비슷했다.

아니 사실 그 이상이었나? 그런 것 같다, 내 위에 리더가 딱 한 명뿐이었으니…

핵폭탄 투하

정확히는 나 포함 2명이서 상반기 전체 실무를 책임을 져야 했는데, 다른 한 명은 보는 범위나 기존 역할이 약간 다르기도 하고 중간에 다른 서브미션에 파견(?)까지 가서 대부분 시간을 나 혼자 뛰고 책임지느라 힘들었다.

목표 자체도 상당히 높은 목표였고, 약 80~110명 제품, 플랫폼 조직의 방향성을 정하고 실행해서 달성해야 하는 미션이었다.

미션 시작할 때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이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책임지고 퇴사한다.” 했는데 상반기가 지났지만 다행히 아직 다니고 있다 :D

기술이나 테크 영역을 떠나 미션 달성을 위한 전략, 우선순위, 실행안, 방향성 모두 결정했어야 했다.

지나고 보니 내/외부 사람들이 작은 스타트업 CTO 역할을 한 거라고 말하더라, 상반기엔 몰랐는데 끝나고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결국은 유지보수성, 생산성 그리고 지속 성장 가능성

사실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딱 하나였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잡는 것”

많은 회사에서 보이는 패턴인데 잘못 정립되어 자리 잡은 개념만큼 무서운 것이 없다.
더더욱 그 잘못된 개념이 정상인 것처럼 이해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다면 그만큼 공포인 것은 없다.

다행인 건 우리 회사에는 비정상을 비정상이라 느끼고, 말할 수 있고, 행동하는 동료들이 많이 있었다.

결국 이런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상반기 동안 미래의 10년을 위해 6개월 내에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어야 했다.

회사의 방향성

가장 마음에 든 것은 회사가 “딱 한 가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완벽히 환경을 제공해 주고, 통제해 주고, 더불어 어느 정도의 권한도 줬다는 것이다.

이 목표 한 가지 빼고는 그 어떤 것도 우선순위를 높일 수 없었다.
물론 회사가 환경을 제공해 준 만큼의 책임감과 압박감도 있었다.

결국은 뾰족한 목표, 빠른 판단력, 실행력, 추진력 들이 모여 상반기에 꽤나 만족스러운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특정 팀 영역에선 더 달성한 것도 있고, 특정 팀에선 덜 달성한 것도 있지만 스스로도 떳떳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나는 진두지휘만 하고 코딩 한 줄도 못 했는데…! :D

영한님이 그렇게 말하던 FPS(서든어택)에서 RTS(스타크래프트)를 하게 되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어쨌든 이 과정에서도 나는 내 장점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고, 단점도 한 번 더 느낄 수 있었다.
실무자로서의 내 장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지만, 리더로서도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한 번 더 돌아보고 생각해 보고 알 수 있었다.

단점을 보완하는 것은 계속 경험을 늘려서 해봐야겠지만 장점을 더 강하게 살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그렇기에 팀이 있고 피드백이 중요한 것 같다, 혼자서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팀원도 없고 리더도 없다.

용병술, 큰 나무와 가려진 나무

상황이 상황이고 책임이 책임인지라, 어쩔 수없이 인사적인 지휘와 결정도 해야 했다. 적재적소 막히는 곳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사람을 투입 시켜야 했다.

개개인의 상태로 보면 팀 이동을 많이 한 분들의 스트레스 레벨도 걱정이었다, 그래도 팀원분들이 다들 의미 있는 것에 대한 공감을 해주셔서 흔쾌히 이동해 주셨다.

솔직히 이런 공감 레벨에 대한 게 내가 많이 미숙하긴 하더라, 내 입장에선 문제가 딱 보이고 해결할 수 있기에 부탁한 것인데 공감은 참 어려운 영역이었다.

사실 수십 번 넘게 “내가 뛰는 게 나을 것 같은데”를 생각했지만 그건 조직을 확장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었다.

모든 걸 내가 할 수 없고, 나도 영원히 여기에 있는 게 아니고, 언젠가 내가 없어도 이 조직이 잘 되길 바라니까. 참고 감내했어야 했다.

몸소 느낀 것도 있다 “큰 나무 아래에서는 더 큰 나무가 자랄 수 없다.” 이 말을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눈으로 몸으로 직접 느끼게 됐다.

상반기 중 여러 이유로 특정 팀의 실무 리드급 공백이 생기는 상황이 있었다.
나 또한 전사적으로 챙겨야 하는 상황이니 내가들어가서 실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놀랍게도 그때마다 새로운 분들이 나타나서 새로운 큰 나무가 되어주었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적응하고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해내시는 분들이 조직에 많이 숨어있었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상반기에 나를 감동시킨 사람이 3명이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그 정도로 잘 해줄지 몰랐습니다….. 동료를 더 믿겠습니다……)

결국 회사도 계속 팀원들을 순환시키며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무가 적절히 크면 계속 순환시켜 모두 더 큰 나무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상반기 마무리 업무 중 하반기 팀원들 조직 개편 관련해서 모든 서버 개발자들의 개인 의사를 적극 반영해서 조직 개편을 정리했다. :D

역대급 리더

유일하게 내 위에 계셨던 리더 한 분이 너무 똑똑했다.
주 단위로 뵈었는데 상반기 동안 이 리더의 생각과 사고방식, 흐름을 훔쳐볼 수 있었단 것에 감사했다.

개발 외적으로 아주아주 나에게 큰 자극과 성장 재료가 되었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 분 단위로 바쁜 분인데, 이미 세상을 바꾸고 있는 사람인데, 이 정도의 실무 감각을 갖고 일을 파악하고 있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수준이다.

내가 15년 동안 회사를 11곳 넘게 다녀봤어도 이런 리더를 본 적이 없었다, 그냥 괴수 수준의 실무 역량이었다.

물론 들어오는 정보의 양+퀄리티 이런 부분이 나보다 압도적으로 좋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고?” 싶더라.

앞으로 어느 회사를 가더라도 이 정도 똑똑하고 이렇게 일에 대해 감각이 뛰어난 리더는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다. (내가 되어봐야지.. :P)

가치 주의 인간

이번에 한 번 더 정확히 알게 된 건 내 인생에선 “아내” 다음으로 1순위는 “가치” 다.
내 인생의 이 순간이 가치 있게 쓰이고 있는지, 없는지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기술(소프트웨어)로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하라”를 추구해왔는데, 이번 경험으로 내가 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어기는지 한 번 더 명확히 알게 되었다.

나도 당연히 기술, 개발, 코딩 모든 걸 좋아하지만, 그것들이 좋은 이유는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것이기 때문이란 것도 깨달았다.

만약 그것들이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나는 그 일을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상반기에 내가 코딩 한 줄을 못했어도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누군가는 회사를 위해 했어야 하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그 결과가 유의미한 가치가 있었으니 내 노력과 시간은 가치가 있었다.

내가 죽는 그 순간까지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길 바라본다.

다음 스텝

하반기는 다행히 트라이브의 테크 리드(대충 다른 회사의 실..?)로써 약 10개의 팀을 기술적으로만 점검하고 강화시키면 될 것 같다.
물론 각 팀 리드들이 있으니 이것 모두를 챙겼던 상반기 보다 난이도가 쉽다.

하반기 역시 다른 관점으로 새로운 미션이 있는 상황이라 다시 도전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상반기와 하반기가 융합되어 2024년이 끝났을 때 어마 무시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어쨌든 하반기에는 그나마 직접 실무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주말마다 코딩했지만, 회사에서 IDE 키니까 어색하더라, 다시 개발한다니까 축하해 준 동료들도 있었다 :D)

더 많은 가치와 조직의 스케일이 커지기 위해서는 개발자가 계속 전사를 지휘하는 게 마냥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몸소 느끼기도 했다.
(그렇지만 상반기는 비상 상황과 체질 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었다고 본다.)

소회

솔직히 이제 작은 회사의 CTO를 해야 한다면 할 순 있을 것 같다.
예전이 가끔 제안받을 땐 내가 무슨 CTO 란 생각을 했는데, 이제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잘 할지는 해봐야 알 것 같다, 알던 곳에서 유사하게 해본 것과 완전히 새로운 곳에 가는 건 다른 문제니까.

다만, 여전히 그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싶다.

경험만이 나를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경험의 기회를 쥐어짜고 쥐어짜서 세상 모든 다양한 문제를 경험해 본 다음 그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 가치를 만들 수 있을 때가 됐다고 스스로 느낄 때 생각해 보려 한다.
(그래도…… 아직 30초인데 감사한 제안들이지만 내 기준엔 아직 너무 이르다 🥲)

언젠가의 나를 위한 피드백들 일부….

[긍정]

  • 팀의 성공을 위해 개인 욕심을 내려놓고 일하는 모습이 감동이었어요.
  • 프레셔도 받았지만, 방향을 믿고 지원해 주셔서 좋았던 경험이었습니다.
  • 도움이 생각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분, 최우선으로 방향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전체 팀의 종합적인 협업과 우선순위를 핸들링 해줘서 큰 도움을 받았다.
  • 단순히 방향성 뿐만 아니라 각 팀 블로킹을 체크하여 해결 방안 및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하고 해결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부정]

  • 전략 결정에 대한 배경 설명이 모두에게 디테일하게 오지 않아서 아쉽다, 모든 팀원과 공감대를 찾긴 어려웠다.
  •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하고,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전략으로 성공했지만, 모험을 해볼 전략을 선택할 순 없었을까? 싶다.
  • 중간 성취를 더 많이 공유해 주셨으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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