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콘2024 발표자의 일지: 나의 첫 오프라인 발표 후기

Gemini Kim
12 min readAug 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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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감정의 기록을 위해 다소 두서없이 편안하게 쓴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D
새벽 감성 한 스푼 + 의식의 흐름대로 빠르게 쓴 글이라 엉망일 수 있습니다!

인프콘 발표자를 모집한다고?

한창 프로젝트로 바쁘던 와중 인프콘 발표자 모집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행사 일자도 전사 프로젝트 종료 후인 8월!

마침 나의 작년 목표는 아래와 같았다

2024 개인 목표

유튜브는 주 1회로 노선을 변경했고, 외부 개발자는 한 분씩 만나고 있었고 근데 오프라인 발표는 어떻게 하지?? 하던 찰나…

그렇지만 상반기에는 아주 중요한 전사 프로젝트가 있어서 발표 준비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발표자 지원하지 않으려 했다

근데 며칠이 지나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네가 지원하면 누가 시켜 준대??” 그렇다 언제나 일단 해보는 게 답이란 생각이 들었다

百聞而不如一見, 백문이 불여일견이요,
百見而不如一覺, 백견이 불여일각이며,
百覺而不如一行. 백각이 불여일행.

백 번 듣는 것(百聞)이 한 번 보는 것(一見)보다(而) 못하며(不),
백 번 보는 것(百見)이 한 번 생각하는 것(一覺)보다 못하고,
백 번 생각하는 것(百覺)이 한 번 행함(一行)만보다 못하다.

“어차피 떨어질 테니 시도라도 해보자! 그래야 올해 목표 달성 실패해도 당당하지!” 의 마음으로 발표자 신청을 했다

발표 자료도 만들어 둔 것도 없고 초안은 제출해야 하는데 회사일이 너무 바빠서 이판 사판으로 발표 방향성을 글로만 잔뜩 적은 13장짜리 초안 자료를 제출했다.

발표 주제에 대해서는 머릿속에 확실한 컨셉은 있었지만 구체화시키기엔 현실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다만 제목 하나는 초안부터 결정했다 “지속 성장 가능한 설계를 만들어가는 방법” 이었다.

13장짜리 초안을 제출하면서 “아 이건 칼탈락이겠네…..” 생각했었다.

그리고 까먹고 열심히 일을 하던 중……

내가 인프콘 발표자라고?

회의가 끝나고 보니 폰에 메일 알림이 하나 와있었다 “[인프콘 2024] …”
“맞다! 발표자 신청했었지! 떨어졌나..?” 의 마음으로 메일을 열어보니……

이게 뭐야… 신종 스팸인가 지인의 장난인가?
그렇다기엔 발표자 신청한 거 아무한테도 안 말했는데…

진짜였다! 그리고 망했었다

회사 일은 더 바빠진 상태였고,
발표자는 당연히 떨어질 줄 알고 발표 자료를 만들고 있지도 않았었다.

발표 준비: 1차 발표 자료 제출

5월 16일에 발표자 선정 메일을 받고 6월 12일까지 1차 발표 자료 제출을 해야 했다.

평일엔 발표 준비를 못 하니 4번의 주말만 남아있는 상황이였다.

그 결과 1차 발표 자료 제출은 폭망이였다;;

50장 수준의 v0.0 발표 자료를 제출했다ㅜㅜ
큰 틀은 되어있다 했지만 사실상 사례 내용이 하나도 안 채워져있는 상태였다
(아마 1차 자료를 보시고 인프콘 담당자분들이 한숨 쉬지 않으셨을지…ㅜㅜ)

사전 모임

사실 사전 모임이 있다 했는데 내향인 특으로 가서 또 쭈뼛대다가 와야 하나 싶었다, 다행히 같은 직군끼리 묶어주셔서 그런지 너무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일정이 있어서 끝까지 있지는 못했지만 개발자 끼리 개발 얘기하는 건 역시 재미있다

아쉬운 점은 경험이 없어서 명함도 안 가져가서 받아오기만 하고;; 다음부턴 이런 그룹 네트워킹을 하게 된다면 명함 잘 챙겨 다녀야겠다!
(인프콘 행사 당일 발표자 대기실에서 몇 분께는 명함 드렸다!)

발표 준비: 최종 발표 자료 제출

1차 제출 이후 주말이면 무조건 발표 자료 준비만 했다

유튜브 세이브 영상을 다 털어내고도 시간이 부족해서 유튜브 업로드를 멈출까 했지만 한번 쉬면 앞으로도 습관처럼 쉴까 봐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최종 발표 자료 제출 때 상태는……

중간에 7분 정도 모자라서 양을 늘렸더니, 이번엔 10분이 오버 되더라…

결국 추가했던 내용을 다시 다 빼고 계속 반복해서 시간을 재고 이게 상당히 어려웠다 너무 빨리 끝나도 안되고, 너무 늦어져도 안되고 무한 반복해서 시간을 재고 녹음해서 들어보고 말하기 지겨울 정도로 연습하면서 최종 제출 전까지 준비했다

심지어 스크립트에 예상 시간과 다음 챕터 예상 시간까지 적어두었다

놀랍게도 실제 발표 때 적어둔 시간과 완벽하게 똑같이 맞았었다, 역시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다..!

발표 자료로 준비했다가 뺀 내용들은 추후 유튜브 소재로 요긴하게 쓸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대망의 발표 전날: 리허설

리허설을 하러 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컸다, 너무너무 컸다!!!!!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의자가 많았다

리허설하는 중에도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가 여기서 발표한다고? 몰카인가?”, “내가 여길 다 채울 수 있을까?", “사람이 적게 와도 발표는 하는 건가?” 등등 리허설하는 동안에 머릿속에 망상만 가득했다

발표자 신종 괴롭힘 빈 의자 어택

마이크에 말해보니 생각보다 말도 너무 천천히 나오게 되고 소리가 뭔가 울려서 다시 들리니까 머리가 멍해지더라

그래서 숙소로 돌아와서 다시 연습을 했다,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하려고 장표 하나하나의 느낌을 더 기억하려고 노력했고 편하게 말하려 연습했다

드디어 발표!!!!!!!!!

발표 시작전 부터 상당히 많이 와주셨다..!!

시작 전까지 너무 긴장되고 떨렸지만 시작하고 나서는 떨리지 않았다.

한 분 한 분 표정이 보이진 않았지만 다들 집중해 주셨고, 나름 웃음 포인트로 넣은 곳에선 웃어 주시기도 해서 점점 더 편안해졌다.

다행히 자리도 만석이 되고 뒤에 서서 들어주시는 분들도 꽤 많았다
(나중에 알았는데 더 들어오시려는 분들이 계셨는데 서 계신 분들도 많아서 안전상의 이유로 입장을 제한했다고 한다, 감격ㅜㅜ)

나의 첫 오프라인 발표

첫 발표를 잘 해내야 뒤에 세션도 기대하면서 보실 것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봤다.
발표가 끝나고 박수를 받았는데 민망하면서도 그게 그렇게 뿌듯하더라

그리고 발표 후 질의응답이 있어서 모여서 가야 하는데 처음엔 두 분 정도 계셔서

“아 발표가 별로였나..? 뒤에 발표가 동욱님이니까 이동하긴 그렇겠지..! 그래도 적게 오시면 얘기하긴 편하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올라가 보니 너무 많이 와주셔서 좌석이 부족해서 추가 의자를 세팅해야 할 정도였다! (감동 및 당황)

올라오셨다가 시간이 오래 걸려서 질문 못하고 내려가신 분들도 있었는데 죄송했다ㅜㅜ (유튜브 댓글로라도 질문을 알려주세요…..!!)

발표 후 도파민

토스 SLASH 22 녹화 땐 못 느꼈던 것인데, 오프라인 발표의 묘미인지 몰라도 발표 끝나고 그 도파민이 최고였다 최근 3년 안에 느껴 본 적이 없는 도파민이었다

발표를 잘했건 뭐건 일단 “끝났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발표 전 과 후, 각각 다른 의미로 제 정신이 아니였다.

발표 끝난 후 도파민은 잊지 못할 것 같다

근데 확실히 느낀 건 1등으로 발표하는 게 최고다!!

왜냐면 뒤에 세션들을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들을 수 있다, 점심도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발표 끝나고 대기실에 돌아가니 준비 중이신 연사분들이 발표 연습을 계속하시다가 한숨을 쉬시기도 하고 대기실에서 끝난 것 자랑을 할 순 없었다ㅎㅎ;
(저도 그 마음을 알아서 힘을 드리고 싶었지만 내향인의 한계였습니다…!)

토비님도 대기실에 오셔서 머리가 하얘졌다고 하셔서 “확실히 다 같은 사람이군…….!”이라며 혼자 위안 받았습니다만,, 그렇게 말씀하시고 발표를 너무 잘하셔서 “역시 수준이 다르군….!” 을 한 번 더 느꼈습니다…..

나에게 배움을 준 사람들과 같은 행사에서 발표

주니어 때부터 온라인으로 토비님, 영호님, 영재님 같은 훌륭한 선배님들의 글이나 책을 보면서 성장한 사람으로서 이런 분들과 같은 행사에서 발표를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예전에도 어딘가에 말했었지만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책과 페이스북밖에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아무튼 감히 이런 분들과 같은 행사에서 발표를 하다니 그것 자체가 너무 뿌듯했고 기뻤다.
(물론 같은 행사에서 발표했다고 감히 이분들하고 동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기쁨과 감사함과 더욱 열심히 할 동기가 생겼다)

이런 먼저 길을 가본 사람들의 발표는 너무나 인사이트가 넘쳤고 발표 자체의 수준과 밀도와 발표 능력이 다르다는 걸 한 번 더 느꼈다

언제나 배움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오프라인이 주는 힘

첫 오프라인 컨퍼런스 발표였지만 확실히 오프라인이 주는 힘은 다르다는 것을 명확하게 느꼈다.

초대권 2장 중 하나는 현재 회사에 추첨을 했고, 하나는 유튜브 구독자분에게 추첨을 했는데 구독자분이 나와 이름이 똑같아서 그것도 너무너무나 신기했다

네트워킹 파티에서는 너무 사람들이 많아서 극 내향형이 또 발동했는데 구독자분이 먼저 인사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나에게 코엑스에서 발표란?

난 내향형 인간이기 때문에 외부 오프라인 컨퍼런스를 참석해 본 적이 딱 한 번밖에 없다.

바로 “DEVIEW 2019” 다, DEVIEW 2019 도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렸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팬이었던 레전드 개발자분이 발표를 하신다길래 꼭 가보고 싶어서 엄청 열심히 참가신청했었는데 성공했었다

나의 첫 오프라인 컨퍼런스 참가

사실 이때 혼자 가서 쭈뼛거리면서 세션 보면서 기웃기웃하면서 오프라인 컨퍼런스를 참석한 이유인 그분 세션을 열심히 기다렸다.

바로바로…. 올타임 레전드…..

the best is yet to come

희승님이다…….!!! 국내에 존경하는 개발자분들이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분들 중 압도적인 결과물을 갖고 계신(지금도 진행 중인) 희승님을 보려 외롭게 코엑스에서 버텼다
(아마 내 기억엔 마지막 세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역시 영웅은 마지막에 등장….. 인프콘2024에서 저는 바람잡이라서 먼저 등장…….!)

아무튼 이때 수줍어서 희승님에게 말도 걸지 못했지만 실물 영접했고 발표도 너무 재밌게 잘 들었다, 발표도 너무 잘하시더라..

그리고 생각했었다

와.. 나도 언젠가 이런 큰 행사에서 희승님 처럼 발표할 수 있을까?
아마 이번 생엔 못하겠지..?

그리고 5년이 지나서….

the best is yet to come

인프콘이라는 큰 행사에서 희승님이 발표했던 그 장소에서, 그중 가장 넓은 공간에서 청중분들을 꽉 채우고 발표를 해냈다.

발표자 끝나자마자 그 생각부터 들었다 “와.. 나도 했구나"

희승님을 보고 “이번 생엔 못하겄다!” 후에 생각한 “그래도 만약에 나에게 기회가 온다면 꼭 한번 오프라인에서 발표를 해보자!” 를 실천해낸 뭔가 나만의 아주아주 오래된 퀘스트를 달성한 느낌이었다.

저 같은 사람도 해냈습니다. 여러분들도 계속 도전하세요!!!

너무 고마운 한 분

이번 인프콘에서는 사실 최고의 멘토가 도와주셨다.
바로바로 토비님이다.

워낙 바쁘실 테고 먼저 연락드리기도 조심스러웠는데 이번에 감사하게도 먼저 연락을 주셔서 정말 많은 얘기를 했다.
(놀림도 당했는데 오히려 너무 좋았다.. 짜릿해..)

빨간 밑줄은 기분 탓입니다……!

발표하는 노하우나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팁을 정말 많이 주셨다, 그리고 준비하다가 막막할 때도 징징거리는 연락도 받아주셨다.

정말 너무너무 감사했고 앞으로도 자주 연락드리려고 한다. (그치만 JPA 쓸 때 테스트에 @Transactional은…………..)

참고로 토비님 때문에 변경한 제목이 있는데 사전 점검에서 이전 제목이 낫다고 피드백 들었다…….ㅋㅋㅋㅋㅋㅋㅋ

가장 고마운 한 분

이런 행사나 발표 준비할때마다 언제나 아내가 많이 도와준다.

이번에도 발표 자료의 흐름이나, 어색한 부분을 같이 봐주었다 특히 발표자료가 양이 너무 많아졌을때 빼야할 부분, 어색한 부분 전체적인 구성을 봐주었고 엄청나게 많이 도움 되었다.

이제는 사장님이지만 나름 큰 유치원 선생님으로 꽤 근무했었고 발표나 출강도 많이 해봐서 그런지 항상 인사이트를 많이 줘서 너무 고맙다.

특히 이번 인프콘에서는 집이 인천인데 오전 10시 30분 발표를 하기 위해 코엑스까지 가려면 새벽에 가야 하는 어려움을 얘기했더니 코엑스랑 붙어있는 호텔을 찾아서 예약해 주고 같이 가주기까지 하였다.

그래도 오랜만에 강남인데 놀러도 못 가고 하루 종일 방에서 연습하는 것을 봐주었다

평일엔 회사 일로 매일 바빴는데 주말엔 발표 준비하느라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언제나 고맙고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결론

너무너무 좋았고 즐거웠고 행복했지만 기가 빨려서 하루 종일 집에서 칩거했다
너무너무너무 좋지만 자주는 못하겠다…! (쿨타임이 돌면 또 근질거리겠지만..)
올해 사회성은 다 쓴듯해서 방구석 유튜버로 격식 없이 마무리 잘 해보겠습니다!

인프콘 2024를 준비해 주신 인프랩 용사분들, 같이 발표 준비하느라 고생하신 동료 연사분들, 무더운 날 발표 들으러 와주신 모든 분들, 그 와중에 제 발표를 들어주신 분들….!

모두 저의 첫 오프라인 발표라는 추억을 만들어주셔서 모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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